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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지난 2019년 한국 첫 내한을 시작으로 2022년, 2023-24년 재연, 삼연을 거친 라이선스 피지컬시어터 작품입니다. Guillaume Pigé가 연출을 맡고, Alex Judd가 작곡을 하였으며, 움직임이 주가 되는 비언어적 표현과 라이브 세션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작품소개와 특징
피지컬 씨어터(Psysical Theatre) : 인간의 몸과 움직임을 스토리텔링의 중심으로 활용하는 연극의 형태로, 대사보다는 움직임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임, 서커스, 현대무용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등장인물의 정서를 강조하거나 사회정치적인 주제를 부각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극단 동'과 같은 한국 극단이 피지컬 시어터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피지컬 씨어터 작품 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2017년 런던 국제 마임 페스티벌에서는 '삶의 축복으로 가득 찬 움직임'이라는 찬사와 함께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한국 초청 공연 및 라이선스 초연에서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작품은 조기치매에 걸린 55세 남자 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55세 생일을 맞은 조기치매 환자 톰은 재킷을 입으롸는 딸의 말에 교복 재킷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학창 시절 기억으로 빠져듭니다. 학창 시절의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놀다가 시간이 지나 결혼과 출산을 거칩니다. 그러나 무대에서 구현되는 톰의 기억은 불안정합니다. 마치 고장 난 동영상 플레이어처럼 정지되고, 지지직대고, 뒤섞입니다. 온전하지 않은 기억 속에서 톰은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애씁니다.
연출 의도
<네이처 오브 포겟팅>의 연출가이자 배우로 참여했었던 기욤 피지의 인터뷰 속에서 작품의 연출적 의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욤 피지는 '영원한 건 무엇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작품 제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구체화하던 도중 '결국 기억이 사라져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언가 설명하고,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에 대해 움직임과 공연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답했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퍼커션, 루프 스테이션을 연주하는 2인조 라이브 세션에 대한 부분에서는 '이 공연에서의 음악이 다른 공연에서 대본이 하는 역할을 대신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음악은 극의 분위기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움직임과 동작을 뒷받침하며 몰입감을 높여주고 감성을 자극하여 극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높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는 음악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음악은 기억을 자극하여 회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의 기억은 계속해서 왜곡되고 또 재구성되는데, 그 과정에서 기억에 저장된 음악이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극 관람 후기
작품을 보고 나서 굉장한 황홀감에 젖어 극장을 나왔습니다. 무대 위 배우들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대사 하나 없음에도 잘 쓰인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렬한 힘을 내뿜었습니다. 몸짓과 표정만으로 전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정말 놀라웠습니다. 모호하면서도 뚜렷한 기억의 조각들을 붙잡기 위한 톰의 몸부림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았을 감정임에도,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제목의 뜻처럼 기억을 잃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지만, 그런데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과 추억들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움직임과 시각적 이미지는 감각을 깨우고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하게 하였는데 작품을 관람하며 기억과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자기 딸과도 소통이 되지 않던 톰은, 결국 자신의 기억을 놓아주고 나서야 딸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어쩌면 기억이 사라져도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고, 그것만이 영원한 감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