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영화 <원더랜드>는 지난 6월 초 극장에 오른 김태용 감독의 영화입니다. 김태용 감독의 4번째 상업영화이자, 수지, 박보검, 최우식, 정유미, 공유, 탕웨이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참여하여 연기를 펼치고, AI 판타지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개봉 후에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극장에서 내려갔다고 합니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주제라 최근 관람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면 더욱 좋았을 거란 아쉬움과 배우진의 활용도에 대해 아쉬움은 있었으나 생각해볼 거리가 많다고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 <원더랜드> 세계관

    <원더랜드> 속 대한민국은 인공지능과 기술 서비스가 아주 자연스러워진 미래의 모습으로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원더랜드 서비스는 AI 기술과 자가 학습 기술을 바탕으로 죽거나 죽음에 준하는 상황에 부닥친 사람의 기억과 품성에 기반한 가상 인간을 만들어 원더랜드라는 공간에 살게 하여, 살아있는 친지 또는 연인들과 화상통화 형태로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통화는 양방향으로 가능하며, 의뢰인이 원하는 배경의 장소, 원하는 직업인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가상 인간은 대상자의 기억을 기반으로 하지만 스스로 학습도 가능하며, 고객이 원할 경우 특정 아이템을 구매하여 선물할 수도 있습니다. 가상 인간의 입장에서는 현실의 인간과 같은 존재(살아있다)라고 믿고, 통화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원더랜드 안에서 실제 삶을 영위합니다. 따라서 진짜 본인과 가상 인간은 접촉할 수 없도록 합니다.

    <원더랜드> 출연진과 등장인물

    바이리 (탕웨이 扮): 중국인인데 한국에서 싱글맘이자 워킹맘으로 살던 중 사망했습니다. 딸 지아를 위해 사망 전에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했고, 사망 후에 다른 나라에서 발굴 작업을 하는 고고학자의 모습으로 원더랜드에서 살게 됩니다. 다른 가상 인간과는 달리 사망 전 기억을 떠올리고, 지아를 찾기 위해 시스템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정인 (배수지 扮): 항공사 승무원으로 함께 근무하던 태주와 연인 사이입니다. 태주가 식물인간 상태가 된 후,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여 우주에 나가 있는 콘셉트의 태주와 매일 통화를 합니다. 현실의 태주가 깨어나게 되면서 변한 현실의 태주와 그대로인 가상의 태주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입니다.

    태주 (박보검 扮): 정인의 연인이며,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가 기적처럼 깨어났습니다. 뇌를 다쳐서 태도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정인과의 관계도 점점 틀어지게 됩니다.

    해리 (정유미 扮): 원더랜드 회사의 창업자로 보이는 인물로, 가상 인간을 만들고 관리하는 인물입니다. 해리의 부모님 역시 원더랜드의 가상 인간입니다.

    현수 (최우식 扮): 원더랜드의 직원이자 해리의 후배로, 해리에게 호감이 있는 듯 보입니다. 자신이 어렸을 적 아버지가 가출했다고 믿고 편모슬하에서 자랐으나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게서 친부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주요 인물 외에 바이리의 엄마와 딸, 송정란, 최진구, 이용식, 성준 등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며주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옴니버스식 스토리 라인 영화

    <원더랜드>는 우리가 익숙한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닌, 옴니버스식의 구성으로 이루어지며  각 대표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교차로 보여줍니다. 에피소드들은 상황의 전개에 따라 보여지다가 마지막 순간, 작은 연결을 이루게 됩니다.  바이리의 이야기: 바이리는 사망 후 고고학자의 모습으로 원더랜드에 살며 딸 지아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이유 모를 기시감에 자꾸만 파편적인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편, 바이리의 엄마 화란은 손녀가 계속 원더랜드 속 바이리만 끼고 사는 것을 우려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중국으로 떠나려 합니다. 중국으로 떠나려는 공항에서 엄마를 따라가려는 지아를 잃어버리고, 그걸 바이리에게 알리는 순간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바이리는 딸을 찾으러 가기 위해 시스템과 방화벽을 뚫으려 애씁니다.  정인과 태주의 이야기: 정인은 매일 아침 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태주의 모닝콜을 받으며 잠을 깹니다. 한없이 다정하고 섬세한 남자친구이지만, 현실 속 태주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상태입니다. 어느 날, 기적처럼 현실의 태주가 깨어나고, 정인은 원더랜드 휴대전화를 종료합니다. 그러나 뇌 손상으로 전과는 뭔가 다른 상태의 태주에게 적응을 하지 못하던 정인은 가상의 태주와 현실의 태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현실의 태주와 크게 싸운 후,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서 태주에게 원더랜드 서비스 속 태주를 보여줍니다.  해리와 현수의 이야기: 원더랜드 서비스 관리자인 해리와 현수는 선후배 사이지만, 어느새 서로의 가정사까지 나눈 호감 있는 사이로 발전해나갑니다. 최근 새롭게 서비스에 가입한 정란은 먼저 떠난 손자를 그리워하며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는데, 손자 진구는 점점 버릇없이 행동하고 많은 아이템을 사달라 조릅니다. 할머니는 무리하게 일을 하다 그만 돌아가시고, 진구의 원더랜드 서비스는 종료됩니다.  또 다른 손님, 용식의 과거 사진을 보던 현수는 우연히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버지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조문 후 가족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려다 포기하고 종종 통화와 게임을 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웁니다.

    개인적 관람평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며 모래알 같은 입자들을 사람 모양을 구성했다가, 다시 풀어졌다가 하는 영상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뭔가 스마트폰 시작 화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마치 모래시계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모양을 구성할 수 있고, 또 금세 흩어져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시간의 흐름과 가상세계 원더랜드가 시각화된 것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기술의 발전으로 생긴 선물이자 축복인지, 아니면 폭력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온전히 애도하고 슬퍼하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속에 묻어두고, 그 사람을 추억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절차인데, 그것을 어기고 가상 인간의 형태로, 살아있지만 만질 수 없는, 정신은 있지만, 신체는 없는 애매한 상태로 그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저라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탕웨이가 맡은 바이리, 유일하게 시스템을 깨부수고,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인물입니다. 결국 시스템을 깨부수는 힘이 모성애로부터 나왔다는 것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딸에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결국에는 죽음과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메시지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것만 같은 소재라, 보면서 무섭기도 하고, 더욱 공감이 갔습니다. 

    반응형